W  O  O  J  I  N      C  H  A  N  G
  • Home
  • Artwork
    • City-scape
    • Broken-scape
    • Human-scape
    • Other Work
  • Bio
  • Resume
  • Read
  • Contact


  City-scape Series



​Rusted Landscape (철빛 풍경) 2020


Real Fiction (리얼 픽션) 2013~2016

Picture
The Door Into Summer (여름으로 가는 문), 2013~2016, 디지털 콜라주, 240cmx888cm
 
도시풍경 작업은 도시 전역을 돌아다니며 직접 사진을 찍는데서 시작된다. 그러나 사진에 담긴 이미지는 시공간적으로 지극히 파편적일 뿐만 아니라 나의 관념 안에 자리잡은 도시에 대한 심상과도 차이가 있다. 때문에 나는 사진을 찍힌 모습 그 자체로 제시하는 대신 나의 인상과 생각에 준하는 내러티브를 만드는 재료로 삼는다. 쪼개지고 제련된 도시의 이미지는 나의 관념에 의해 매개되고 재해석된 모습으로 재구성된다.

 여러 공간과 시간, 실제적 요소와 허구적 요소가 뒤섞인 다층적인 시공간을 만들기 위한 첫 단계로 이미지는 초점투시를 버리는 대신 고정시점에서 벗어나 있는 동양 산수화의 산점투시를 취하게 된다. 또한 시간의 흐름과 함께 베어나와 군데군데 묻어 있는 개인들의 흔적, 건조하고 딱딱한 외피를 뚫고 나온 인간적인 요소들을 과장하여 드러낸다. 장애물로 점철된 고전 어드벤처 게임의 스테이지에서 착안한 건물들의 배치와 톤, 그리고 건물 사이의 공간을 이어주는 위태로운 사다리와 흔들다리들은 계층 간의 단절과 양극화 같은 도시사회의 내재적 문제들,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과 좌절을 상징한다.

 이처럼 도시풍경 작업은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의 구조와 인간성을 도시의 가시적 형상으로 체화시켜 드러내고자 시도한다. 그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가상의 전경에는 실재하는 요소와 비실재적 요소들이 구분이 불가능한 상태로 한데 엉켜 있다. 그러나 매일같이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벌어지는 거대한 도시 공간 안에서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는 처음부터 모호하기 그지없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부촌과 빈촌, 오즈의 마법사의 탑 마냥 구름 속까지 솟아있는 제2롯데월드와 광화문의 기린, 건물 사이에 펼쳐져 있는 삼각돛 중 어느 하나가 특별히 더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이유는 없다.

 
이번 전시, ‘리얼 픽션’의 메인 작업인 ‘여름으로 가는 문’은 SF 작가인 로버트 하인라인의 동명의 소설에서 제목을 따왔다. ‘여름으로 가는 문’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고양이인 피트와 함께 코네티컷의 매서운 겨울을 보내는데, 이 고양이는 집에 있는 11개의 문들 중 적어도 하나는 겨울이 아닌 따듯한 여름으로 나간다는 확고한 믿음을 품고 매번 여러 문을 다 시도해보길 포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주인공 역시 어느 시점엔가, 겨울이나 다름없는 자신의 삶에서 여름으로 가는 문을 찾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한다. 도시 한복판에 자리를 잡고 쉴 새 없이 일하고 고민하는 이들 다수는 어쩌면 이처럼 각자의 여름으로 가는 문을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냉동수면과 시간여행을 통해 미래와 과거를 오가며 결국 여름으로 은유되는 행복한 삶에 도달하는 훈훈한 결말을 맞이하는 소설의 주인공과 달리, 우리들에게는 휴가와 여행이라는 현실로부터의 짧은 도피책마저 실패로 끝나기 일쑤다.
 
  최근 새로 지어지는 건물들, 그 중에서도 특히 고층 건물의 대다수는 외벽을 유리로 만든다. 도시 풍경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러한 높은 유리벽은 마치 거울처럼, 하지만 완벽하지는 않게 상을 반사한다. 원래 거울에는 다른 세계로의 문, 이계로의 통로라는 의미가 언제나 부여되어 있었다. 그 안에는 동화 [백설공주]의 거울처럼 마녀의 질문에 대답을 해주는 존재가 숨어있는가 하면, 루이스 캐럴의 [거울나라의 엘리스]에서 엘리스는 거울을 통해 모든 것이 거꾸로 되어있는 세계로 들어가기도 한다. 나의 작업, ‘여름으로 가는 문’에서 유리로 된 고층건물의 반사 벽면은 이와 같이 대안적 현실이나 꿈으로의 통로를 상징한다. 건물 숲에 갇힌 도시민이 고된 일상 속에서 갈구하는 근사한 여행, 긍정적인 변화, 보다 나은 삶은 반사된 상의 비현실적인 요소들로 드러난다. 그러나 이러한 허구적 요소들은 건물의 골조와 내부, 반사된 배경이 층층이 겹쳐 한 눈에 보이는 도시풍경 자체, 그리고 나아가 도시라는 공간 자체의 초현실성에 의해 가려져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심지어 반사된 상으로만이 아니라 창 내부와 건물 위, 그리고 사이 공간에까지 스며든 적 요소들조차 현존하는 도시의 거대함 앞에서는 자세히 보지 않으면 눈에 띠지도 않는다. 만약 거울이 상징적으로나마 다른 세계로의 통로나 문이라고 한다면, 일부 반사를 하면서도 그 안이 들여다보이는 유리벽면의 거울로서는 불완전한 속성은 마치 달콤한 환상이 그 이면에 중첩되어 보이는 현실에 의하여 완성되지 못한 채 결국 깨어지고 마는 것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들이 꿈꾸는 미래, 혹은 대안적 현재는 겨울의 집 안에 갇힌 고양이가 찾는 여름으로 가는 문과 다를 바 없는, 도달할 수 없는 헛된 희망이라고 말하는 듯이.


    
    City Portait: Taipei (도시 초상: 타이페이) 2013~2014

Picture
City Portait: Taipei (도시초상: 타이페이), 2013~2014, 디지털 프린트, 570cm x 142cm
  마치 한 장의 사진처럼 보이는 나의 도시풍경 작업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치 극사실주의 화화마냥 이미지가 지나치게 선명함을 느끼게 된다. 이어 조금씩 비현실적이라고 여겨지는 요소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얼핏 획일적으로 보이기 쉬운 도시 속에 매몰되기를 거부하듯, 거대한 이미지의 구석구석에는 인간 숨결의 흔적이 작게나마 남아 개별성을 뽐낸다. 이 작업은 비록 사진에 기반을 두고 있기는 하지만 사진이 아닌 기억과 관념에 의해 변형되고 재구성된 가상의 이미지이다.

  사진 수백 장을 짜깁고 그 위에 덧칠을 하여 정리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작업 안에는 실상과 허상이 뒤죽박죽 혼재되어 있다. 이미지만 봐선 무엇이 실제이고 아닌지를 추측은 가능할지라도 명확히 알 수는 없게 되어있다. 처음부터 그려진 것임을 알고 감상하게 되는 회화와 달리 이것이 형식적으로나마 사진이라는 사실은 이러한 혼란을 가중시킨다. 그렇지만 애당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에 대한 지식과 인식에 대해 확신할 수 있던 적이 있던가 싶다. 사람마다 다른 경험과 서로 다르게 받아들이는 현실, 각자마다의 환상과 전망 중 무엇이 사실이고 아닌가? 하물며 언론이 권력과 자본에 잠식당한 채 너무나도 쉬이 통제되고 왜곡되는 시대에, 바로 그런 미디어를 통해 대부분의 정보를 받아들이게 되는 상황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어쩌면 때로는 영화, 소설 등을 통해 그려지는 픽션의 세계가 TV뉴스나 신문 속 세상보다 더 진실에 근접해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의 현실에 대한 인식은 사실에 기반을 한 것이 아닌, 뉴스 미디어, 인터넷, 소설, 영화, 등을 통해 보고 들은 이야기와 개인의 단편적이 기억들이 뒤섞여 재구성된 이야기일 뿐이다.

  나의 작업은 내가 인식하는 세상을 하나의 변형된 도시 전경으로 구성해낸 한 것이다. 건축물과 그 사이의 공간에는 도시를 살아가는 이들의 역사와 정체성, 그리고 계서화와 단절, 양극화 같은 도시사회의 내재적 문제들은 건물들의 모습, 배치, 톤, 그 사이사이의 공간과 선 등을 통해 은유적으로 그려진다. 다시 말해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의 구조와 인간성을 도시의 가시적 형상으로 체화시킨 가상의 전경으로 풀어내고자 하는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 이미지는 도시의 물리적인 실제 모습과는 다르다. 또한 이것이 도시가 가지는 내면적 진실을 반영하는가 질문한다면  “그런것이 존재하기는 하는가”라는 답을 할 수 밖에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것이 작가에게 비추어진 도시의 모습, 그렇기에 내가 그려내서 보여주고 싶은 도시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Where Happiness Lies (2010~2014)

Powered by Create your own unique website with customizable templates.